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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독일생활

2020년 결산 그리고 인센티브.. 연봉인상

by 건축꿈나무 그냥 2020. 11. 22.

딱히 보잘것없는 능력인데 독일에서 아무튼 힘이 닫는데 까지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나를 고용해준 소장님께 고마운 마음도 있고 타인에게 누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에 내 밥그릇은 하자라는 생각이 큰 거 같다. 그리고 아시아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은 것도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살다 보면 주변에서 독일까지 와서 왜 한국사람처럼 일하냐는 주변 사람들도 있지만.. 딱히 그런 이야기에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회사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 나이가 36세.. 전문직에 40세가 되었을 때는 내가 하는 전문성에 확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까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이.. 그리고 더 경험해보고 싶었다.

 

나는 돈이야기를 하는 상황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일 수 있는데.. 예전에 한국 설계사무소에서 신입 주제에 연봉 협상을 잘해서 연봉을 많이 받으면서 능력도 없다며.. 돈만 밝힌다는 주변의 시기와 질타를 많이 받았었다. 연봉은 비밀인데.. 취업하고 나서 회사 내에 비밀은 지켜질 수 없는 거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억 천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그래서 나는 다음 회사에 가게 되면 그냥 주는 데로 받아야지 하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나의 회사생활을 돌이켜 보면 내가 한국에서 일할 당시 설계사무소에서 딱히 쓸모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도 그런것이.. 딱히 쓸모 있는 일을 시키지도 않았으니깐.....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거 같다.

 

독일에 지금 소장님은 나를 아주 잘 이용한다. 건축사로서 책임과 업무를 함께 나에게 준다... 

뭔가 그럴듯 한듯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알아서 해"가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인 거 같다.

일 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래도 이전 회사보다 성치 감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할 맛이 난다.

그리고 내가 계획을 하면.. 어쨋든 대부분 소장님이나 건축주의 오케이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나에게 이런 기회조차 없었다.

 

아무튼 11월이 시작되고 소장님이 둘만 있을 때 소장님이 먼저 살짝 운을 띄운다..

올해 일도 많이 했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축하드린다고 이야기를 했다.

소장님은 직원들에게 연말에 보너스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걸 말로...)

사실 소장님을 4년동안 주욱 지켜본 결과 내가 타인을 평가하기는 좀 조심스럽지만 딱히 배포가 큰 분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말씀은 저리 하시지만 딱히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작년 크리스 마스 선물은 정말 최악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선물을 줄 수 있는 분이 내 월급은 아까워서 어떻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알아서 주면 될꺼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솔직히 나는 한국에서는 연봉에 인센티브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당연했지만..

독일에 지금 사무실은 월급x12 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굳이 챙겨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에 처음 일을 시작하고 첫해에는 아무런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조금씩 받기 시작했는데.....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약 이주가 지나 어제 올해 마지막인 11월 월급 명세서를 받았는데 실수령액 기준으로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왔다.  사실 나는 내 월급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으니 뭔가 감개무량하다.

한국에서 딱히 그렇게 내가 쓸모있는 역할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지금 사무실에서는 내가 꽤 쓸모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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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이 더 많이 주고 싶었지만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일단 일부를 11월 월급에 인센티브와 함께 지급하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내년 월급을 올려서 주시겠다고 하신다. 물론 돈 이야기를 딱히 좋아하지 않으니..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당케 쉔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소장님은 한번더 빨리 이 사무실을 내가 이어받아서 운영하시기를 바라신다고 하셨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게 가능할지 나는 전혀 믿음이 안 간다.

지금은 솔직히 시행사나 건설사들이 소장님 얼굴을 봐서 계약을 하는 거지.. 외국인인 나에게 계약을 과연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있을까?  

그래도 일단은 한국건축사 시험은 잊어버리고, 다시 독일어 공부에 집중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언제쯤 협력업체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