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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한국생활

실시설계의 시작

by 건축꿈나무 그냥 2023. 7. 20.

한국 와서 건설회사에 잠깐 일을 하면서 놀란 것 중에 실시 설계를 하지 않는 설계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설계사무소의 입장은 도면을 줘도 도면대로 안 만들 거고, 실시설계에 많은 정보가 있으면 견적 받을 때 공사비만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시설계도면이 없이 허가도서를 가지고 건물을 짓는 경우가 중소 건설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건축 설계 사무소 입장에서도 실시설계는 서비스 계념으로 돈이 안된다는 것 또한 두번째 이유였고.

세 번째는 하자 발생 시 책임 유무를 가리는데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

 

독일의 경우에도 실시설계 없이 허가 도면만 가지고 건물을 짓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와 일을 하고 있는 시공회사나 시행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실시 설계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가 공사가 멈추고.. 중간에 공사비가 엄청 상승하는 등..

공사 중에 골머리를 썩고 소송에 휘말리는 등... 문제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실시설계를 할 수 있는 건축사 사무소에 설계를 의례 한다.

 

나는 한국에서도 실시설계 했었는데..

그 당시에 나에게 실시설계를 가르쳐준 사수는... 실시설계 별거 없어.. 치수만 많이 뽑고 

도면에 있어서 틀이 중요하니깐 좀 있어 보이게 글 좀 많이 적어 넣고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미 없이 엄청나게 많은 재료 표시들과 복잡한 치수선들..

각종 상세 확대 도면등... 복잡하고 너무 도면 양이 많았다..

 

독일에서 처음 실시설계를 배울 때.. 내가 그린 도면을 보고 소장님은..

멋있기는 한데........... 너무 기계적인 도면 같다는 것이다.

 

실시설계는 시공자와 설계사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도면이라기보다는..

도면으로 대화를 하는 도면이다.

너무 형식에 얼매이지 않고, 시공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면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 이후 나는 그놈의 형식을 벗어나는데 2년이 걸렸다.

 

한국 오기 전에 마지막에 했었던 프로젝트의 실시설계 도면...

 

 

 

 

 

 

나는 건축을 전공하거나 직장을 구하는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실시설계는 건축의 꽃이다. 무조건 실시를 하는 사무실에 취업을 해야 한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실시설계는 건축이 정말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조립과정을 이해를 해야 한다. 재료가 어떤 것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계념적으로 알고 있어야 응용이 가능하고..

실제로 디테일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아무튼 오늘부터 나는 다시 실시 설계 모드로 들어가는 입장에서 꽤 흥분되는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디테일의 고민들을 하는 이 시간이 나는 꽤 즐겁다.

사실 내가 독일의 설계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실시설계 때문이다.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와서 해외 건축사들은 실무를 모르는 디자이너다 라는 선인견이 있다는 것에 꽤 놀랍긴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국과 독일 두 나라 모두 일을 해본 입장에서 독일의 건축설계 환경이 한 가지 일에 더 깊게 파고 들수 있다는 것이 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