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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독일생활

최근 근황 및 독일 건축 시스템 Leistungsphasen 7-8

by 건축꿈나무 그냥 2021. 10. 25.

최근 들어 블로그 포스팅도 적었고 유튜브 영상도 뜸하다 보니 주변에서 안부 연락을 몇 통 받았어요.

그럴 때면 주변 사람들이 표현은 안 해도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사실 오랜만에 블로그를 접속해서 지난 글을 보니 부끄럽게도 마지막에 포스팅했던 글이 올해 초 눈이 많이 올 때 작성한 글인데, 벌써 새로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또 벌써 1년이 빠르게 흘러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그 동안 포스팅이 뜸 했던 이유는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다 보니..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데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었어요.

 

 한국의 경우 보통 경력이나 연차에 따라서 전문직 종사자를 구분하는데 독일의 경우 연차보다는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인 Leistungsphase 구분을 하곤 합니다.

 

LP 1-4 (1-3년차)

보통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가지고 건폐율과 용적률에 맞혀서 설계를 해서 건축허가를 넣는 업무를 하는 것을 말해요.

 

LP 5 (3-5년 차 이상)

실시 설계 도면을 작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LP 6-7 ( 5년 차 이상)

실시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공사 내역과, 타임 스캐쥴을 작성하고, 내역을 각 업체들에게 뿌리고 공사비 산정과, 업체 선정을 하는 과정입니다. 올해 제가 했었던 작업이 바로 이 작업이었어요.

 

LP 8 현장 감리

 

 

지금까지 독일에서 계속 실시 도면을 그리는 작업들을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내역 작업이랑 시공회사들 관리를 맡아서 하다 보니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거 같습니다.

 

골조, 지붕, 전기, 창호 등등.. 각 공정별로 내역 및 물품 리스트를 작성하니 대략 A4 150 페이지가 넘는 량의 문서들.....

이런 문서들을 또 각 시공업체에 뿌려서 받은 견적들을 또 검토하고 조율해서 계약을 하는 과정들이 정말 처음 해보기도 하지만... 이런 일을 딱히 배울 수 있는 곳도 없다 보니...... 그동안 사본 책들만 해도 엄청나네요..

 

아무튼 거진 1년 동안 이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나름대로 엄청나게 힘든 프로젝트였던 거 같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업무적인 것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예민해진 적은 처음이었던 거 같네요. 계획은 10월에 모든 건설회사와 자제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4월에 착공을 들어갈 예정으로 주말은커녕 1년 동안 휴가도 못 가며 매달렸던었는데요... 9월 말에 갑작스러운 건축주의 변심으로 모든 계획이 스돕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회사들과.. 컨택을 했었고... 견적도 건축주가 공정별로 3개 이상을 요구했기에 이미 엄청나게 많은 견적을 받아 놓은 상태인데... 올해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서 1년을 연기하겠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1년을 미룬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2023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다시 2022년 6월부터 협력업체들과 연락하며 견적을 받아야겠지요..

이 악몽 같은 작업을 한번 더 해야 한다는 게 참 슬픕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서 생각보다 배운 것이 너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실시설계는 도면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사실 상세한 정보까지는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내역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공사 과정을 글로서 표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공 회사는 제가 그렸던 실시 도면보다는 내역에 서술한 글과 수량에 의해서 견적을 내기 때문에 가급적 오해가 없게 상세하게 기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실시설계 도면을 작성하며 애매하며 언짢았지만 어떻게든 현장에서 되겠지 하면서 넘어갔던 부분들을 스스로 그 언짢음을 해소시켜야 하는 과정이었던 거 같습니다.

 

비록 공사는 미루어졌고 버겁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애증의 프로젝트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거 같네요.

 

그러나 다음 생은 건축주로 살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