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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한국생활

우리는 왜 커피숍을 가는 것일까?

by 건축꿈나무 그냥 2023. 11. 27.

오랜만에 주말에 책이나 볼까 하면서.. 태블릿 하나만 들고 스타벅스를 향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리를 스타벅스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하고 책을 보고 있는 사이에..

단체 손님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단체 손님들은 함께 앉을 자리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테이블과 의자를 품아이??? 라기보다는 거의 강탈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 한 거 같다.

내가 커피를 받으로 간사이 내 테이블에 있던 의자들 중에 내 짐이 있는 의자를 제외한 모든 의자들을 모두 들고 간 것이 아닌가??

 

이런 것을 보며 나는 늘 떠오르는 사람과 그의 사상이 있다.

 

니부어 - 집단의 도덕성은 개인의 도덕성 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 집단이 커 질수록 집단 이기주의 성향이 강해진다.

 

자리를 사용한 뒤에 제자리에 놓아 두기만이라도 했더라면.. 그래도 덜 미웠을 텐데...

 

커피를 마시며 나는 고민을 했다. 그들은 왜 여기를 온 것일까?

직업병일지 몰라도 현제 계약된 프로젝트 중에 커피숍도 있기 때문에 인문학적, 지질학적, 분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우선 내가 방문한 이 곳은 주변에 호텔이 위치하고 있어서 주말이 되면 늘 결혼식을 방문하고 식사 후에 뒤풀이하는 공간으로 많이 활용된다. 그래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옆에 저가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있지만 유독 사람들은 이 곳을 많이 방문하는데.  그 이유가 공간의 특성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저가 프렌차이즈 커피숍도 충분한 테이블이 있지만 대부분 파티션으로 공간이 구획이 되어 있어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직원의 활동 공간에서 멀어 질 수록 사람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데로 테이블을 합치고 나누고 해서 자리를 만들어 사용한다.

지금 당장 저 손님들에게는 커피의 가격과, 커피의 맛보다는 그들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았을 것이다.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숍 레이아웃을 그려봤다.

 

그럼 우리는 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일까?

유독 한국에 커피숍이 많고, 잘 되는 이유는 한국사람들이 일을 많이 하거나 공부를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한다. 실제로 커피숍에 가보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이 절반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가 많이 답답해서 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같은 닭장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늘 똑같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이 주는 변화가 없다.

창문도 적고 발코니도 없다 보니 날씨를 느끼지도 풍경을 즐기지도 못하며, 자연의 변화도 느끼지 못한다.

즉 일상이 지루하고 무료하다 보니, 비일상적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독일에 살면서 대도시에는 별다방이 많고 장사가 잘되는 반면에 작은 도시의 경우 별다방을 방문하면 생각보다 한적하다.

처음에는 대도시와 시골의 차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도시의 크기에 따른 주거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거 같다.  유럽도 대도시의 경우 공동주택 비율이 높고 소도시의 경우 단독주택이 많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윈터가든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구지 비싼 커피를 사 먹으러 시내에 갈 필요성을 못 느끼지 못한다.

 

 

한국은 친구를 집에 초대 하지 않는 이유?

유럽에 살면서 커피숍에 10-20명이 되는 사람들이 단체로 와서 떠드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그 들은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면 보통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주선한다.  물론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이웃의 눈치가 보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면 이웃들에게 공지를 하고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에게 있어서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것은 매우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인으로 부터 차단되는 구조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서 1차적으로 걸러주고 공동현관문에서 2차적으로 걸러야 한다. 이런 구조를 모두 뚫고 친구의 집에 방문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커피숍에 앉아 2시간 가량 생각을 하며 곰곰히 그림을 그리면서 커피숍을 설계 할 때 고려 사항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 공간의 위계질서는 관리자와의 거리에서 결정된다.

- 커피숍을 방문하는 주요고객에 따라 공간의 형태가 달라 질 것이다.

- 아파트의 주거문화가 지속되는 한 커피숍은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