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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한국생활

한국생활 적응기 [008] - 사무실 계약

by 건축꿈나무 그냥 2023. 6. 4.

나는 한국에서의 건축사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딱히 한국에 사무실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사무실을 얻어봤자 내가 한국에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닌고 한국의 실무 프로세스를 잘 아는 것도 아닌 입장에서 수주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굳이 사무실을 얻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홈오피스 노래를 부르면서 점점 업무환경 개선이라는 핑계로 이것저것 그동안 사고 싶었던 IT 전자기기를 마구마구 구매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구매를 하고 나니... 방에 너무 좁고 답답한 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책상을 하나더 구매 하고 싶은데 방이 작아서 더 이상 책상을 구매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자....

 

 

다시 미니멀리스트와 노마드를 외치며 나는 노트북 한대로만 일을 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겠어..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최근에는 캠핑카를 사서 제주도에 이동형 사무실을 만들겠어 하는 우스게 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도서관 카폐 집의 식탁 등등 옮겨 다니며 열심히 일을 했지만...

이게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라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업무와 일상의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출퇴근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그래서 집 앞에 산책을 나간 김에.. 부동산이 있길래.. 사무실로 쓸만한 매물이 혹시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쓱.. 

아무래도 경기가 워낙 안좋은 시기라 그런지 사무실로 쓸만한 매물들이 꽤 많이 있었다.

 

사실 건축사사무소라기 보다는 거의 개인 작업공간과 유튜브 촬영을 위한 공간을 찾고 있었고..

간단한 맥주 정도 마실 수 있는 옥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여야 했다.

나는 40년 가까이 살면서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분명 멀거나 차를 타야 한다면 매일 출근을 안할께 뻔하니 말이다.

 

내가 계약한 사무실은 9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 발코니가 있어 내가 생각했던 딱 그런 

부동산 사무실을 방문 했었고 내가 원하던 크기도 작고 깔끔한 매물이어서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어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뒤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계약 하겠다고 하고 잔금을 입금 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용달아저씨 불러서 집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를 옮겨 버렸다.

 

사실 최근 1년을 돌이켜 보면 갑작스럽지만 중요한 선택을 하고 실행을 옮긴 것들이 많은 거 같다.

가끔 나의 이러한 선급한 결정 때문에 후회라는 것을 할 때도 있지만 인생이 어디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있던가.

그냥 그렇게 사는거지..

 

아무튼 다시 출근이란게 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돌이켜 보면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 한거 같은데..

이렇게 출근길이 가볍고 편한건 처음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