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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한국생활

한국생활 적응기 [006] - 명품사랑

by 건축꿈나무 그냥 2023. 4. 18.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고가의 브랜드들은 유럽에서 구매하면 확실히 한국보다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살면서 그런 고가의 명품들을 구매할 일이 별로 없었다.

 

물론 독일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쇼핑을 즐겨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독일 사람들이 의식주 중에서 "의"에 대한 소비가 적은 편이다.

 

그리고 어디를 가던 독일 여행객을 나는 한 눈에 알아차릴 만큼 독일 사람들은 옷을 못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명품에 대한 소비가 적은 이유 중에 하나가 아마도 사람들이 패션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사실 독일 사람들은 뚜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등산복 재킷과 핏이 없는 일자 청바지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만약 내가 저런 유전자로 태어났더라면.....

 

아무튼 한국에 오니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30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비싼 그런 명품 옷들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며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의 명품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람들의 명품 소비는 이미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내가 독일에서 치과 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는 프랑스 국적의 사람이었는데, 내가 주말에 파리에 볼일이 있어서 가야 한다고 하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한다. 소매치기 범들이 주로 한국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을 타깃으로 삶는데, 일단 그들은 고가의 가방과 지갑을 무조건 한 개씩은 들고 다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의문이 들었다.

너는 명품 지갑 같은 거 안 써?

"응 안 써, 그냥 길거리 마켓에서 산거야"

 

나는 어렸을 때 가지고 싶었던 명품 재킷이 있었다. 그건 바로 버버리에서 나오는 베이지색 코트 였다.

남자라면 코트고 코트 하면 버버리 아니겠어? 하는 그런 남자로서 로망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내 마음속에 버버리 코트를 저장했다. 40대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나는 버버리 코트를 아직도 구매하지 못했다. 버버리 코트를 살 만큼 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버버리 코트가 어울리는 중년의 중후한 모습이 되기를 원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나는 버버리 코트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었고 지금은 10년이 다되어가는 재킷을 수선해서 입거나, 가족들이 물려주는 옷을 입고, 내가 필요하다면 3-5만 원 정도 선에서 브랜드 표시가 없는 옷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브랜드 의류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대부분 선물로 들어온 것들일 것이다.

 

한국으로 이직을 하고 회사에서 신을 슬리퍼가 필요해서 저렴한 슬리퍼를 찾고 있던 찰나에 선물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 아주 싸구려처럼 생겼길래 덥석 받고 아무렇지 않게 신고 다녔었는데, 이 슬리퍼가 아주 비싼 슬리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격을 듣고 놀라서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와이프도 놀라 넘어졌다.

 

돌려주기에는 이미 신어버렸기에 그냥 회사에서 잘 신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단점이 있었다.

이 슬리퍼는 발이 불편하고 여름에 땀이 차는 구조이다.

환기도 안되어서 여름에는 발냄새도 엄청 난다.

 

 

이 불편한 신발을 몇 개월 정도 신으니 최근에 "족막근저염"으로 4일을 걷지 못해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한국에 돌아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너도나도 다들 명품 하나쯤은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잠깐이지만 허영심이 생기기 기도 했다. 나만 명품이 없으면 왠지 초라해 보이는 거 같은 느낌이 드니깐 말이다.

 

그러나 이번일로 겪으면서 과감히 신발을 쓰레기봉투에 던져 버렸리며 다시 한번 더 마케팅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난 내가 살던 대로 살아야지...